결국은 조이스를 다 분석했다. 몇 주 째 검토하고 또 해 봐도 오늘에서야 나의 분석은 독창적이고 완벽했다. 노트북을 끄는 순간 계속해서 지적만 하셨던 교수님과 영국사는 고모의 얼굴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울먹거렸다. 내가 조이스를 파고드는데에 큰 역할을 해주신 분들이니까.
오늘은 여태까지의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고 거짓말처럼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찰나의 쾌감이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하이웨이를 정신없이 달렸다. 세상에, 이런 날 운전하는 법을 몰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결국 나는 이론을 완성했을 때, 누군가의 눈에 들만한 엣지가 있는 이론을 추상적이고 구체적으로 완성했을때 엄청 행복해지는 것 같다.
사람은 역사를 알지만 역사에서 배우진 않는다.
나는 분명 양지의 사람이다. 나는 어둡기엔 빛과 행복이 얼마나 좋고 소중한 것인지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 자신을 잊어버릴만큼 조이스에 몰두했고, 내가 어둡다고 착각했고,
조이스라는 길디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나는 빛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평생 뿌리를 둬야 할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조이스의 이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I've put in so many enigmas and puzzles that it will keep the professors busy for centuries arguing over what I meant, and that's the only way of insuring one's immortality."
나는 소설을 써야해. 철학도 아니고 번역도 아니고 소설을 써야한다. 조이스를 능가하는 문학을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평생 시간과 정신을 바쳐야 하는 '유일한' 직무가 그것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죽어서는 안되는 확고한 이유를 발견하게 됐다. 너무 오래 길을 돌아왔다. 내가 조이스라면, 이런 대작을 다 써놓고 물리적 시간이라는 것에 집착같은건 하지 않을 것 같다. 누가 이토록 아득하고 구체적일 수가 있을까.
나의 목표는 이제 세 가지로 늘었다.
아름다운 조이스의 문학세계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 (그래, 번역은 시작도 안했으니까)
러시아 작가들을 분석하는 일. (그러기 위해선 러시아로 가야겠다)
나의 문학을 창조하고 완성시키는 일. (평생을 전념할 것)
어우씨.. 방금 기사 검색하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오랜 시간 조이스를 번역하신 김종건 교수님의 인터뷰 중..
김 전 교수는 "지난 근 반세기를 조이스 문학의 연구와 번역, 특히 '율리시스'의 번역을 위해 마치 마음 밑바닥이 무거운 쇠사슬로 묶인 듯 허우적거리며 살아왔다"며 "이 불멸의 고전이 담긴 불탕진(不蕩盡)의 찌꺼기는 영원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고 적었다.
부디 오래사세요.
오늘 밤은 정말 내일이 없는듯 잠들 수 있을 것 같다.